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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책 리뷰 김애란이 포착한 ‘지금 우리의 삶’, 그리고 집이라는 이름의 감정

by GeniusKang1 2025. 12. 20.

어떤 소설은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오래 마음에 남는다.
『안녕이라 그랬어』는 바로 그런 소설이다.
읽고 나서 “무슨 이야기를 읽었지?”라고 묻기보다는,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지”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김애란의 소설은 늘 그렇듯이, 거창한 비극이나 극적인 반전 대신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며 겪는 감정의 결을 조용히 건드린다.
『안녕이라 그랬어』 역시 바쁜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감정들—불안, 체념, 미안함, 그리고 작고 소박한 연대—을 다시 마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안녕이라 그랬어 책 리뷰 김애란이 포착한 ‘지금 우리의 삶’, 그리고 집이라는 이름의 감정
안녕이라 그랬어 책 리뷰 김애란이 포착한 ‘지금 우리의 삶’, 그리고 집이라는 이름의 감정


일상의 가장 ‘보통’인 순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안녕이라 그랬어』는 단편집이다.
각 단편은 서로 다른 인물과 상황을 다루지만, 공통적으로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은 특별하지 않다.
전세 계약이 끝나 이사를 앞둔 사람,
아이를 키우며 주거 문제를 고민하는 부부,
대출과 집값 앞에서 선택지를 잃어가는 평범한 시민들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라도 저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나도 저런 선택을 했을 것 같다.”

김애란은 과장하지 않는다.
문장은 담백하고, 감정은 절제되어 있다.
하지만 그 담백함 때문에 오히려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투영하게 된다.


‘집’이라는 공간이 품은 감정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주제는 **‘집’**이다.
집은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안정, 소속감, 그리고 때로는 불안과 좌절이 동시에 얽힌 장소로 등장한다.

리뷰 이미지 속에서도 언급된 단편 「좋은 이웃」은
전세 계약 종료와 이사라는 현실적인 상황을 통해
주거 불안이 개인의 감정과 관계에 어떤 균열을 만드는지 섬세하게 보여준다.

주인공은 이웃의 리모델링 공사로 불편을 겪고,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는 이웃 가족의 이사 소식을 접하며
연민과 짜증, 미안함과 비교의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남편의 말이다.

“차라리 월급을 조금 더 대출 받아 집을 사지 않았던 걸 후회한다.”

이 문장은 단순한 후회가 아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는 말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책 중간에 등장하는 문장 하나가 오래 남는다.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진다.”

이 문장은 『안녕이라 그랬어』를 관통하는 정서라고 느껴졌다.
이 소설집이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나약해졌다는 비난이 아니라 환경이 그렇게 우리를 바꿔 놓았다는 사실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싶지만,
현실은 자꾸 계산하게 만들고,
비교하게 만들고,
뒤처질까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소설은 슬프지만, 동시에 너무 현실적이다.


「빵봉지처럼」: 선택지가 사라진 순간의 절망

또 하나 강렬했던 단편은 「빵봉지처럼」이다.
이 작품에서는 지수와 수현이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신혼의 시작, 전세 사기, 대출, 그리고 생계의 압박이 차례로 몰려온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자는 답답해진다.
“왜 이렇게까지 상황이 나빠질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이야기 속 사건들은 모두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래서 더 괴롭다.
선택지가 하나씩 사라질 때,
사람은 얼마나 쉽게 벼랑 끝으로 몰리는지를 이 작품은 조용히 보여준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문장—

“안 된다고, 그러지 말라고, 부디 살라고.”

—는
누군가를 붙잡는 말이면서,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말처럼 느껴졌다.


거창한 희망 대신, 작은 온기의 제안

『안녕이라 그랬어』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는 혁명도, 기적 같은 반전도 없다.

대신 이 책이 말하는 것은 이것에 가깝다.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 거창하지 않아도 서로를 외면하지 않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
  •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안부가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리뷰 이미지의 마지막 문단처럼,
이 소설은 “체면과 재산을 최우선으로 두고 살아가면 너무 팍팍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김애란은 아주 소심한 제안을 한다.

적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서로에게 작은 안부를 건네자고.


김애란 소설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

김애란은 늘 ‘지금의 한국’을 기록하는 작가였다.
청춘, 노동, 계급, 주거, 관계—
그 어떤 것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외면하지 않는다.

『안녕이라 그랬어』는
불안정한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감정을 정리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그래서 이 책은

  • 위로만 주는 소설도 아니고
  • 고발만 하는 소설도 아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든 뒤,
그래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소설
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 김애란 특유의 담백한 문체를 좋아하는 독자
  • 집, 돈, 불안, 관계에 대해 요즘 자주 생각하는 분
  • 화려한 이야기보다 현실적인 감정을 담은 소설을 찾는 분
  • “내 얘기 같아서 아픈 소설”을 읽고 싶은 분

마무리하며

『안녕이라 그랬어』는
읽고 나서 마음이 가벼워지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외면하고 있던 감정을 조용히 마주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아직 완전히 무뎌지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면,
누군가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고 싶어진다.
아주 작은 안부라도 건네고 싶어진다.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낸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