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진짜”라는 말을 쉽게 믿지 않게 되었다.
사람도, 관계도, 말도, 감정도 너무 쉽게 소비되고 바뀌는 시대다.
그런 시대에 『혼모노』라는 제목의 소설은 묘하게 불편하면서도 강하게 다가온다.
‘혼모노(本物)’, 말 그대로 진짜를 뜻하는 단어.
이 책은 바로 그 단어를 정면으로 꺼내 들며 묻는다.
우리는 지금, 진짜로 살고 있는가?

제목 ‘혼모노’가 던지는 질문
『혼모노』라는 제목은 단순하지만 날카롭다.
일본어에서 온 이 단어는 ‘진짜’, ‘본물’, ‘가짜가 아닌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이 단어는 단순한 진위 구분을 넘어선다.
이 책이 묻는 ‘진짜’란
- 사회적으로 성공한 모습도 아니고
-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간상도 아니며
-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역할도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자기 삶의 온도를 잃지 않는 상태에 가깝다.
줄거리보다 중요한 ‘정서’
『혼모노』는 강한 사건 중심의 소설은 아니다.
이야기는 일상의 틈에서 천천히 전개되고,
인물들은 극적인 선택보다 사소한 갈등과 흔들림 속에 머문다.
그러나 이 소설이 오래 남는 이유는
줄거리보다 정서의 밀도 때문이다.
- 누군가는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 누군가는 사회적으로는 안정되었지만 내면은 공허하며
- 누군가는 진짜가 되고 싶지만, 무엇이 진짜인지조차 헷갈린다
이 소설은 그런 인물들의 상태를
설명하기보다 그대로 놓아둔다.
‘진짜 어른’이라는 환상에 대하여
『혼모노』를 읽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오래 “진짜 어른”이라는 환상을 붙잡고 살아왔는지 깨닫게 된다.
-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단단해질 거라 믿었고
- 사회에 적응하면 불안이 사라질 거라 기대했고
-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이제 됐다’고 말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인물들은 그렇지 않다.
어른이 되어도 흔들리고,
제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다시 불안해진다.
『혼모노』는 이 사실을 냉소적으로 비웃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흔들리는 상태 자체가, 어쩌면 가장 진짜에 가까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문장이 만들어내는 생활의 온도
이 소설의 문장은 과하지 않다.
감정을 몰아붙이지도, 의미를 과장하지도 않는다.
마치 일기처럼, 혹은 조용한 독백처럼 흘러간다.
이 덕분에 『혼모노』는
읽는 동안 ‘문학 작품’을 읽는 느낌보다
누군가의 삶을 엿보고 있는 느낌에 가깝다.
- 카페에서 마시는 차 한 잔
- 혼자 있는 저녁의 공기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의 끝
이런 장면들이 반복되며
독자의 경험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가짜가 되어야만 살아남는 사회
『혼모노』는 직접적으로 사회를 비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읽다 보면
이 소설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사회의 구조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 진짜 감정보다는 적당한 표정이 요구되고
- 진짜 생각보다는 무난한 말이 안전하며
- 진짜 나보다는 ‘쓸모 있는 나’가 더 환영받는 세계
이런 환경 속에서
‘혼모노’로 산다는 것은 오히려 위험해 보인다.
그래서 소설 속 인물들은
자주 타협하고, 숨기고, 스스로를 축소한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미세한 균열이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서사다.
‘혼모노’는 완성형이 아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진짜가 되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혼모노』는 말하지 않는다.
- 이렇게 살아야 진짜다
- 이런 선택이 정답이다
대신 보여준다.
- 진짜가 되지 못했다고 느끼는 순간들
- 가짜처럼 행동하면서도 스스로를 미워하는 마음
- 끝내 진짜를 포기하지 못하는 미련
그래서 이 소설의 결은
성취가 아니라 과정에 가깝다.
인상 깊었던 감정의 지점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오래 남는 것은
특정 문장이나 장면이 아니라,
읽는 내내 따라다니던 감정이다.
-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
-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다는 조급함
- 그러나 끝내 남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
이 감정들은
책을 덮은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혼모노』는 다음과 같은 독자에게 특히 잘 맞는다.
- 삶이 안정되었는데도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
- 사회적 역할과 진짜 자아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
- 자극적인 이야기보다 잔잔한 사유를 좋아하는 독자
-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아직 내려놓지 않은 사람
반대로,
- 빠른 전개와 강한 사건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느리고 조용하게 느껴질 수 있다.
『혼모노』를 읽고 난 뒤
이 책을 읽고 나면
갑자기 진짜가 되지는 않는다.
불안이 단번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적어도 가짜인 상태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는 않게 된다는 점이다.
이 소설은
진짜가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가짜로 사는 데 익숙해지지 말자고 말한다.
마무리하며
『혼모노』는 조용한 소설이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질문이 담겨 있다.
나는 지금, 나 자신에게 솔직한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읽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는 이야기.
『혼모노』는 그런 소설이다.